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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Poem & Essay)

향토 시인 정영화의 시세계3

여름을 보내고

   - 송광사 우화각(羽化閣)에서

 

                                                          정영화

봉선화 한 송이

낮달처럼 졸고 있는

보내는 여름이

아쉬운 구름 꽃에

세월의 머리카락이

창포처럼 앉아있다

 

할 일 없는 오동잎에

잘못 내린 매미 하나

송광사 우화각의

산승을 돌아보고

윤회를 눈치 챈 건지

짐을 싸는 바쁜 걸음

 

여름의 할 일은

가을 맞는 일인지라

무기질로 오는 가을

법석을 비워 놓고

사람들 이렇게 살라며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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