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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

남양 상륙작전(H선생님의 추억)(수필)

그해 2월말도 하늘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눈발이 날려 뿌연 하늘빛은 우수를 자아내고, 땅 바닥은 질척거려 양말을 젖게 하는 날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런 날에 울릉도에 살기 위해서 처음 입도하는 사람에겐 눈물이 절로 나는 법입니다.

 

“내가 무엇 하러 울릉도에 왔는가?”자문하면서 속으로 울음을 삼킨다고 합니다.

 

처음 H선생님을 만난 날도 역시 그런 날이라고 기억됩니다.

 

우리는 교감 선생님과 같이 새로운 선생님 두 분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셀렉스를 빌려 타고 부랴부랴 부두에 나갔지

 

요.

 

당시 울릉도에는 버스와 함께 셀렉스가 대중교통 수단이었습니다.

 

부두엔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울릉도로 부임해 오는 선생님들을 환영하러 나온 선생님들도

 

많았습니다. 손에는 피켓을 들고 말입니다.

 

“울릉종고 선생님 환영합니다. 000 식당으로 오세요.”

 

“서중학교 선생님 환영” 등의 글씨를 적은 피켓이었지요.

 

처음 울릉도에 오신 선생님들은 그 피켓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만난 선생님들은 모두 모여 중국집으로

 

직행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중국집에 가면 매운 짬뽕 한 그릇씩을 나누게 됩니다. 그러면 매운 짬뽕 맛에 또 한번 운다고 합니다. 그렇게 울릉도 생

 

활이 시작되는 게 일반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그 날 우리는 선생님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얼마를 기다리다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숙직실에 와보니 새로운 선생님 세분이 앉아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얼른 들어가 인사를 드렸지요. 그리곤 정중히 위로

 

의 말씀을 건네었습니다.

 

“교감 선생님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그 때 손을 흔들며 쩔쩔매시는 H선생님을 뵙고 참으로 당황스럽고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H선생님 머리가 가

 

장 많이 벗겨져 교감 선생님으로 착각했던 것이지요.

 

지금은 일주도로가 도동에서 서면까지 멋지게 포장되어 있지만 그 때는 통구미에서 배를 타거나 셀렉스로 재를 넘어야

 

만 서면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선생님들은 통구미까지 버스를 타고 와서 통구미에서 배를 탔다고 하셨습니다. 눈

 

보라치는 바다에서 남양 부두에 상륙하신 것이지요. 소위 남양 상륙작전을 감행한 것입니다. 2월말 눈이 오는 궂은 날

 

씨에 통구미에서 서면가는 배를 타보지 않은 사람은 실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들의 소중한 만남은 이루어

 

졌습니다.

 

세월은 흘러 벌써 20년이 지나 아름다운 울릉도의 2월말의 즐거웠던 하루로 기억합니다. 지나간 세월은 아름다운 법인

 

가 봅니다. 그 아름다운 세월이 있었기에 우리가 오늘의 행복고지에 상륙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늘 그 때 만

 

난 H선생님 이하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남양을 그리며 행복하기를 염원해 봅니다.

 

주 : 남양은 서면사무소가 있는 지역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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