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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직지사 소복한 소나무가 옷조차 무거운데 새하얀 빈 화선지 하늘에 닿아 있고 적막이 작은 암자로 동안거에 들었다 더보기
사랑이란 잎새에 맺혀 있는 새벽녘 이슬 마냥 여명이 되기전에 조용히 다가 가서 반딧불 만큼이라도 너의 빛이 되고픈 더보기
가을엔 하늘은 높아가고 호수는 깊어지니 내 마음 하늘인양 또 한편 호수인양 빈 공간 추운 바람에 무서리 내렸다 하늘엔 단풍으로 호수엔 물무늬로 수채화 물감 묻혀 화면 가득 그렸지만 내 마음 가녀린 마음 갈꽃 하나 동그마니 더보기
가을 길목에서 한여름 푸른 잎새 정열로 살더니만 온산이 불붙어 산하를 밝히누나 이 불이 꺼지고 나면 어둠을 어쩔거나 또 하나 떨어지는 새뻘간 불꽃 하나 고을 길 굽이굽이 겨울로 가는 길목 그 길을 돌고 돌아야 새봄의 꽃불 소식 백주하 2012년 《시조문학 봄호》에 등단 더보기
남양 상륙작전(H선생님의 추억)(수필) 그해 2월말도 하늘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눈발이 날려 뿌연 하늘빛은 우수를 자아내고, 땅 바닥은 질척거려 양말을 젖게 하는 날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런 날에 울릉도에 살기 위해서 처음 입도하는 사람에겐 눈물이 절로 나는 법입니다. “내가 무엇 하러 울릉도에 왔는가?”자문하면서 속으로 울음을 삼킨다고 합니다. 처음 H선생님을 만난 날도 역시 그런 날이라고 기억됩니다. 우리는 교감 선생님과 같이 새로운 선생님 두 분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셀렉스를 빌려 타고 부랴부랴 부두에 나갔지 요. 당시 울릉도에는 버스와 함께 셀렉스가 대중교통 수단이었습니다. 부두엔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울릉도로 부임해 오는 선생님들을 환영하러 나온 선생님들도 많았습니다. 손에는 피켓을 들고 말입니다. “울릉.. 더보기
만남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고 바람 몹시 불고, 하늘이 푸르른 날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명동성당 앞에 왜? 서 있는 줄을 몰랐습니다. 나는 김수환 추기경님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명동 성당 앞의 긴 줄이 흩어지고 햇빛 맑고, 바람 없는 날 “바보가 바보에게”란 책을 통하여 그 분을 만났습니다. 마음에 가슴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은 맑게 개이고 오월의 날씨는 이렇게 화창한데..... 만남은 참으로 신비합니다. 가슴에 바람이 불게도 하고 꽃이 피게도 하고 비가 오게도 하기 때문입니다. “초청합니다.”란 가슴패를 달고 출근한 어느날 동료분들이 묻습니다. 어디에 초청합니까? 만남에 초청합니다. 나보다 어려운 분을 만나고 마음이 가난한 이를 만나고 성모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만나고 하느님을 만.. 더보기
김천 자산에 올라 푸른 구름 한줄기를 감천으로 깔아두고 황악산 산수화를 병풍으로 둘렀으니 내 고향 아득한 창공에 학 한 마리 날리고져 더보기
김천의료원에서 나이도 세월 따라 주름으로 쌓였구나 젊음의 끝자락에 사지도 지쳤는가? 흰 침대 늘어진 몸들 줄줄이 누워 있고 급식소 아줌마의 저녁밥 받아들면 병실서 들려오든 신음소리 잦아들고 생명줄 이어져 가는 수저소리 힘겨운데 병문객 하나 없는 8순의 할아버지 링거가 훈장인양 팔에다 걸어두고 오늘도 어둠이 덮히는 창문을 바라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