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각을 처음 배울때의 습작- 내탓
공자가 슬픈 기색으로 나이 지긋한 어부에게 예를 올린 뒤 말했다.
“저는 노나라에서 두 번 추방되었고, 위나라에서는 왔다 간 흔적조차 없어지는 치욕을 겪었으며, 송나라에서는 살해 위협을 받았고, 진나라와 채나라에서는 불량배들에게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잘못을 저지른 일도 없는 제가 네 번씩이나 이런 일을 당한 까닭은 대체 무엇입니까?”
노인은 연민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대의 어리석음이 가엽구나. 마음 약한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도 무서워하고 발자국 소리에도 놀라기 일쑤다. 걸음을 재게 놀려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려 해도 오히려 발자국은 늘어날 뿐이며, 힘껏 내달려 그림자를 떼어 내려 해도 헛수고에 그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해 더 힘껏 내달린다면 피곤에 지쳐 목숨을 잃게 된다. 만일 좀 더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늘에 들어가 그림자를 없앨 것이고, 가만히 멈춰 서서 발자국 소리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지금 인과 의를 내세우고, 같음과 다름의 차이에 집착하며, 움직임과 고요함 사이를 적당히 오가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화내고 기뻐하는 감정을 조화시키지만, 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양에 힘쓰고, 신중하게 본성을 지켜 외부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얽매임이 없을 터인데, 여전히 남에게서 깨달음을 구하면서 어찌 화가 피해 가기를 바라는가?” 어부(漁父)
이 이야기에는 어부의 입을 빌려 공자를 비롯한 유가 사상가들을 비판하고자 한 장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어부는 유가의 인도를 앞세운 위선을 계속 꾸짖으며, 한편으로는 공자의 부질없는 노력을 지적한다.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제후들에게 올바른 정치를 설명하려는 공자의 노력에 대해 발자국과 그림자를 예로 들어 비유하며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공자가 뜻을 펼치다 겪게 된 고난은 자연의 이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함부로 인위의 도를 세우려다 당한 자업자득의 결과라는 것이다.
본문에서 어부가 말한 발자국과 그림자로 말미암은 두려움은 성과를 기대하는 초조함을 의미한다. 그림자는 욕망을 나타내고 발자국은 성과를 뜻한다. 결국 인위에 대한 집착과 그 결과인 셈이다. 이를 알면서도 떨치거나 그치지 못하는 것은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부의 입을 빌려 장자는 말한다. ‘진리는 정성의 지극함이며, 공을 세우는 데에 반드시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자연은 형형색색의 빛깔과 여러 가지 결실로써 인간에게 정성의 지극함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도 이에 속해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한 줌의 지혜로만 이용하려 들고, 오직 하나의 길만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어부는 인위의 도에 의지하는 공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제라도 멈춰 서서 숲 전체를, 그리고 여러 갈래로 놓인 길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다음 백과(장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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